성 카타리나 이야기

성 카타리나
성 카타리나 (Saint Catherine of Alexandria by Artemisia Gentileschi)

성 카타리나 (Saint Catherine of Alexandria)는 4세기에 순교한 기독교의 성인 (saint)입니다. 그녀는 귀족이었는데 기독교로 개종하여 포교하다가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황제는 성 카타리나를 달래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종교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화가 난 황제는 칼날이 달린 커다란 바퀴로 그녀를 죽이려고 하였는데 성 카타리나가 만지니까 바퀴가 부서졌다고 합니다. 결국 성 카타리나는 불과 18세의 나이로 참수되었습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는데 붉은 피 대신 하얀 우유 같은 것이 잘린 목에서 흘러나왔다고 합니다.

Saint Catherine by T. Neff (1847)
Saint Catherine by T. Neff (1847) 

피가 아니라 우유?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6세기에 외래 종교인 불교가 신라에 전래되었을 때입니다. 당시 보수적인 신라 조정은 불교에 대해 적대적이었습니다. 이 때 신하였던 이차돈은 어려서부터 성품이 곧았으며 사람들의 신망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법흥왕의 개혁정책과 불교 수용 노력이 신라 사회의 새로운 도약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확신하여 이차돈은 불교를 공인하고자 하는 법흥왕을 돕기 위해서 자신이 희생할 것을 제안하였지요. 그런 이유로 법흥왕은 불교를 신봉하는 신하 이차돈 (異次頓)을 처형했습니다. 이차돈의 목이 잘릴 때 흰색 피가 한 길 넘게 솟구쳤습니다. 게다가 하늘은 어두워지고 땅은 진동하였으며, 사방에서 꽃비가 내리는 등 놀라운 이적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라는 이차돈의 순교를 계기로 불교를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삼국유사 권 3)

성 카타리나 이야기와 이차돈의 순교는 매우 비슷합니다. 둘 다 종교를 위해 순교했다는 것도, 귀족 출신이라는 것도, 순교할 때 피가 흰색이었다는 것까지 같습니다. 성 카타리나의 이야기가 신라에 전해진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요?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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