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사 리 선수의 금메달 소식

수니사 리 선수의 금메달 소식
수니사 리 선수의 금메달 소식

7월 29일 미국팀에게 여자 체조에서 금메달을 안겨준 수니사 리 (Sunisa Lee)선수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혹시 그녀가 한국계가 아니냐고 묻는 질문도 많았다. 미국인들은 올림픽 종목 중에서 여자 체조를 유독 좋아한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 미국의 유망주였던 시몬 마일즈 선수가 경기 진행 중 갑자기 남은 경기를 포기하여, 미국팀은 물론 미국 시청자들의 실망이 컸다. (관련기사: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도쿄 올림픽)그런데, 수니사 리 선수의 금메달 소식 이 미국팀과 NBC의 시청률을 구해준 셈이다.

“수니사”란 이름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 언론들은 그녀의 이름을 “수니 (Suni)”라고 불여 부르는 통에, 일반 미국인들은 잠시 그녀가 한국계라는 오해를 할 뻔했다. 미국인들은 한국계 미국인이며 우디 알렌의 부인인 “수니 프레빈(Soon-Yi Previn, 한국명: 오순희)씨 때문에 그런 이름이 한국 이름인 줄 아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수니사 리씨는 몽 (Hmong)족 출신이다. 원래 몽족은 동남아시아 여기 저기에 사는 소수 민족이다. 지난 70년대 베트남 전쟁 기간 동안 몽족은 미군을 도와 많은 활약을 했다. 그런데 미국이 베트남에서 철수하고 남베트남이 공산화되자 이들은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었다. 고민하던 미국은 공산 베트남 정부로부터 학살 될 운명에 처한 이들 중 일부를 미국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정착한 곳이 캘리포니아나 뉴욕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미네소타나 미시간 같은 중서부 지역이란 점이다. 1970년대에 이런 지역에는 아시아인 커뮤니티가 아예 없었으므로. 이들은 현지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차별과 따돌림을 당하며 살았다. 결국 몽족들 대부분은 아주 가난한 동네에 자기들끼리 모여 살게 되었고, 지금도 중서부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계나 일본계, 중국계 이민자들이 백인 주류 사회의 차별을 뚫고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는 데 비해, 몽족은 지금도 아주 어렵게 살고 있으며, 커뮤니티에서 약물 중독이나 범죄 문제도 심각하다. 왜 몽족 커뮤니티가 다른 아시아계 이민자 커뮤니티에 비해 이토록 침체되었는 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씨가 감독 및 주연을 맡은 2008년 영화 “그랜 토리노 (Gran Torino)”를 보면 오늘날 중서부에 있는 몽족 커뮤니티가 어떤 지를 잘 알 수 있다.     

영화 "그랜 토리노"
영화 “그랜 토리노”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몽족 커뮤니티에 드디어 영웅이 나타났다. 롤 모델 하나 없던 몽족의 청소년들에게 수니사 리 선수의 금메달 소식 은 너무나 기쁜 일이다. 마치 일제 치하에 살던 한국인들이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느꼈던 감격과 비슷하리라. 지금도 많은 몽족들이 살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은 여자 체조에서 금메달은커녕 동메달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미국은 확실히 기회의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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