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 쓰나미 피해를 극복하고 일어 선 일본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일본 정부는 특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큰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지역의 부흥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금 후쿠시마는 어떻게 되었을까?
일본 정부는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등 주변 국가들의 우려를 일축하고 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공급하고, 우승자에게는 후쿠시마산 꽃으로 만든 화환을 증정하는 등의 이벤트를 강행했다.
하지만 그런 이벤트는 그저 이벤트일 뿐 후쿠시마의 현실은 어떨까?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을 취재한 외국 기자들은 지금 후쿠시마가 버려진 채로 방치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사고 전에 6,500 여 명이 살던 이타테 마을은 지금 겨우 1,400 명 뿐이다. 주민들은 방사능 잔류량이 사고전 상태로 돌아가려면 300년 쯤 걸린다는 말에 절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후쿠시마 지역에서 오염된 흙을 처리하는 방식은 그저 우리나라의 쓰레기 봉투처럼 생긴 커다란 검은 색 플라스틱 백에 넣어 후쿠시마현 여기 저기에 쌓아 놓는 것 뿐이다. 일본 정부는 산처럼 쌓여가는 이 검은색 덩어리들을 후쿠시마 밖으로 옮기는 것을 “2045년”쯤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니까 후쿠시마는 앞으로 23년이나 이 오염 물질과 같이 지내야 한다. 게다가 아무렇게나 쌓아올린 플라스틱 백에는 아무런 안전 장치도 없다. 혹시 장기간 적재해 놓은 오염물질로 가득찬 백들이 터지거나 새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다.
지금 후쿠시마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선 후쿠시마의 경제는 처참한 수준이다. 일본인들조차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꺼리기 때문에 지역의 농산물은 좀처럼 팔리지 않는다. 게다가 그동안 모아 놓았던 오염된 바닷물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앞바다에 버리므로 후쿠시마 현 농산물과 어패류에 대한 공포와 우려가 일본 전역에 퍼졌다. 일본 정부의 주장대로 그 물이 안전하다면, 차라리 다른 지역에 방류하는 것이 후쿠시마에게는 더 나을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3일 전 부터 이 지역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급증하는 환자로 인해 후쿠시마의 의료 시설이 마비될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부흥”올림픽을 내걸었지만, 정작 후쿠시마는 부흥은커녕 이처럼 계속되는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말로만 후쿠시마 부흥을 외치지 말고, 후쿠시마 현민들이 바라는 현안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그런 이벤트는 무의미하다. 정말 후쿠시마산 농산물이 안전하다면, 올림픽에 참가한 외국 선수들에게 먹일 생각을 하지 말고, 전 일본의 학교 급식에서 먼저 후쿠시마현 농산물을 제공하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말로만 후쿠시마를 위하는 척하는 일본의 집권 자민당을 보면서 일본 국민들이 너무 순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오염, 경제난, 코로나… 2011년 이후 연일 계속되는 후쿠시마의 악몽은 언제 끝날 지 지금 아무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