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이른바 “자가 분만 (홈스쿨링 Home Schooling)이 점차 늘어가는 가운데, 이 번에는 의학적 도움없이 스스로 분만하는 “셀프 분만 (홈 딜리버리 Home Delivery)”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의 보도를 보면 미국에서 셀프 분만이 늘고 있다 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전체 출산의 2%에 해당하는 연간 약 35,000 건의 셀프 분만이 일어나는 데, 그 중 25%는 의료인의 도움이 없이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많은 산모들이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분만에 대한 지식을 얻은 다음, 의료진의 도움없이 분만을 시도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셀프 분만에 대한 정보를 얻는 페이스북 사이트 중 하나는 무려 10만 여명의 팔로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분만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만약 분만 과정 중 응급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자칫하면 산모나 신생아에게 위험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그 후유증도 그 이후 평생 남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셀프 분만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이런 식의 셀프 분만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자연 분만론이다. 셀프 분만론자들은 출산 과정이 특별할 것 없는 자연적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동물들은 모두 셀프 분만을 한다. 그러므로 인간도 마찬가지로 셀프 분만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이들은 산모의 몸은 스스로 출산을 잘 하도록 이미 갖추어져 있다고 보기 때문에 오히려 오늘날 널리 행해지는 병원 분만이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두번 째는 주도권 문제이다. 철저한 교육을 받은 의료진은 매뉴얼대로 출산 과정을 진행한다. 하지만 셀프 분만 지지자들은 산모가 자기의 출산에 대해서는 모든 과정에서 결정권과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병원이 수입 문제로 인해 지나치게 높은 비율로 산모나 가족에게 유도 분만이나 제왕절개를 강요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분만 과정에서 산모들은 여러가지 불편을 겪기도 한다. 예를 들면 폭언이나, 거친 행동, 심지어 성희롱을 당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높은 병원 비용이다. 미국의 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하려면 보험이 있어도 적어도 4,500 달러 (약 500 만 원)가 필요하다. 그런데 보험이 없으면 적어도 10,000 달러 (약 1,200 만원)이 있어야 한다. 이 비용은 출산이 순탄하게 끝났을 때 비용이고, 만약 어떤 문제가 있어서 특별한 치료를 하거나, 제왕 절개를 하면 그 비용은 무섭게 올라간다. 이처럼 의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지금 같은 불경기 상태에서 중하위층 산모들이 셀프 출산을 꿈꾸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오늘날 셀프 분만이 주목을 받는 것은 좋지 않은 현상이다. 그만큼 그동안 출산 과정에서 산모들이 소외되었다는 뜻이며, 또 현실적으로 출산에 대한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셀프 출산을 감행하는 산모들은 지나치게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 경제적인 면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산모들의 입장은 딱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