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즈의 마법사”가 내린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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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즈의 마법사"가 내린 저주

1939년 8월 19일 미국 영화사에 빛나는 명작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가 뉴욕에서 개봉되었다. 나라가 세워진 지 얼마되지 않아, 전해 내려오는 동화나 전설이 없다는 점을 늘 아쉬워하던 미국인들에 이 영화는 영원히 기억될 어른들의 동화가 되었다. 하지만 또 영화 “오즈의 마법사”가 내린 저주 때문에, 이 영화는 두고 두고 악명을 떨칠 것이다.

그 때는 아직 한반도가 일제의 폭정에 신음하고 있었고, 세계는 아직도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을 제외하고 전세계는 이미 전쟁으로 뛰어 들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중일 전쟁이 터져 일본군이 중국의 화북 지역을 불법 점령하고 있었으며, 나치 독일은 오스트리아와 수테텐 지역에 이어 체코를 점령했다. 환타지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이런 어두운 시대 상황 속에서 나왔다. 

원래 오즈의 마법사는 1900년에 출간된 동화책 제목이지만 뉴욕의 브로드 웨이에서 연극으로 대박이 났던 소재였다. 영화 제작사인 MGM은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기로 하고 엄청난 돈을 퍼부었다. 덕분에 이 영화에는 뛰어난 감독과 배우, 제작 스탭들이 모일 수 있었고, 그 결과 마침내 걸작이 탄생했다.

하지만 영화의 떠들썩한 화려함 속에는 슬프고 괴로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주연이었던 주디 갤란드씨는 나중에 자기가 영화 제작 기간 중, 제작사로부터 온갖 학대를 당하고, 심지어 스탭들이나 배우들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아마 밝혀지지 않아서 그렇지 그 당시 (1930년대이다) 갤런드 씨 뿐만이 아니라 모든 여성들이나 미성년자들이 그런 학대를 겪어야 했을 것이다. 하긴 우리나라에서는 최근까지도 촬영장이나 공연장에서 그런 일들이 버젓이 일어났다.  (참고 기사:“공연계 성추문에 환멸·증오” 등돌리는 관객들

오즈의 마법사
오즈의 마법사

그런 면에서 오즈의 마법사를 보면 이 영화가 결코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에는 난장이,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를 비롯한 수많은 캐릭터들이 나오는 데, 그들이 어쩌면 미국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계층을 가리키는 듯하다. 그들은 원래의 꿈은 잊어버린 채, 지금은 문제를 알면서도 용기가 없어서 참고 살아 간다. 그러다 도로시를 만나 그녀와 같이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길을 떠난다. 

하지만 이야기의 마지막은 허무하다. 그들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오즈의 마법사는 사실 사기꾼이다. 이 혼란스러운 이야기의 결말에서 뭔가 교훈을 찾기는 어렵지만, 굳이 찾자면 그 것은 아마도 “자기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라”인 듯하다. 이런 점은 상당히 미국적인 결말이다.

20세기 미국의 동화에서는 흥부에게 제비가 박씨를 물고 오거나, 심청이가 용왕의 왕후가 되는 그런 한국식 기적은 없다. 각자는 자기가 가진 능력과 형편에 따라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동화라도 미국식 결말에서는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한 때 헐리우드에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가 내린 저주 이야기가 유명했다. 주인공 도로시 역을 맡은 주디 갤런드씨도 불행한 삶을 살다가 일찍 세상을 떠났고, 출연자들 대부분이 온갖 질병과 사고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당시 사람들은 대개 불행하게 살다 갔을 것이다. 이 세대는 유독 불행한 일이 많았다. 이 사람들은 어릴 때는 1929년부터 시작된 공황으로 굶주리다가 청년기가 되자 곧 전쟁이 터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유럽 전선에서 혹은 태평양 전선에서 희생되었다.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은 더욱 필요한 법이다. “오즈의 마법사” 에 나오는 “저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는 그 당시 대공황으로 고통받던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지금 그 노래를 정성껏 부르는 갤런드씨의 영상을 보는 것은 슬프다. 그녀가 아무리 그렇게 희망을 노래해도, 나중에는 스스로의 거친 운명 속에서 쓰러졌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무지개 너머에도 행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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