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인종 문제가 있다면 캐나다에는 지역 문제가 있다. 1960년대와 달리 지금 미국의 흑인들은 미국 연방 정부로부터 독립하겠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어느 주도 압도적으로 흑인이 많은 주는 없다. 하지만 캐나다의 사정은 다르다. 퀘벡의 독립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퀘벡은 16세기부터 신대륙에서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하지만 점차 프랑스가 영국에 밀리면서 미대륙 북부의 프랑스 식민지들이 모두 영국의 차지가 되었다. 퀘벡주는 17세기의 “칠년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배한 후,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퀘벡 주민들은 영국계 캐나다와 동화되기를 거부한다. 심지어 퀘벡에는 퀘벡 독립당이 주하원의 다수당이다.

그 동안 퀘벡의 독립이나 자치를 요구하는 운동은 꾸준히 일어났다. 이번에 제출된 96호 법안은 영어에 밀려 쇠락하는 프랑스어의 진흥을 위한 법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영국계 주민들은 이 법안이 사실상 지역 내에서 프랑스어를 유일한 공식 언어로 만들려는 음모라고 비난한다. 이 법안은 과거에 제출된 22호 법안 (1974년)이나 101호 법안 (1977년)과 비슷하다.
그런데 퀘벡주에는 프랑스어를 쓰지 않는 사람이 20% 정도 있다. 갑작스러운 “프랑스화”는 이들 비프랑스계 주민들에게 커다란 혼란과 고통을 줄 것이다.
물론 이러한 프랑스계 주민들의 독립 주장에 대해 연방 정부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미 1998년 8월 21일 캐나다의 대법원은 퀘벡주가 연방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런 연방 정부의 입장과는 달리, 퀘벡주의 독립 열망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영국이 퀘벡을 점령한 지가 300년이 지났지만 퀘벡의 독립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퀘벡 함락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역사적 원한은 정말 오래간다.
21세기에 들어 지구 곳곳에서 독립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영국의 스코틀랜드, 인도의 카쉬미르, 중국의 티벳,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그리고 스페인의 카탈로니아까지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연방 정부 또는 중앙 정부로부터 독립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고, 몇 곳은 이미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상황은 어쩌면 연방 정부에게 다행이다. 적어도 소수 주민들이 영토를 나누어 독립하겠다는 움직임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