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 선수들도 정년이 필요하다

권투 선수들도 정년이 필요하다
권투 선수들도 정년이 필요하다 (이미지: Manny Pacquiao)

필리핀 출신의 살아있는 복싱의 전설 매니 파퀴아오 (Manny Pacquiao) 선수가 에롤 스펜서 선수와 시합을 한다고 발표했을 때, 대부분의 복싱팬들은 그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열광했다. 하지만 44세라는 그의 나이를 생각할 때, 권투 선수들도 정년이 필요하다 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까?

물론 매니 파퀴아오는 어떤 찬사도 어울릴 만큼 뛰어난 복서이다. 그는 라이트급은 물론 웰터급에서도 대적할 상대가 없을 만큼 대단한 파이터였다. 그동안 조국 필리핀에서 상원 의원으로 일하느라 권투를 한동안 그만 두었지만, 그가 다시 링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은 많은 복싱 팬들을 흥분시킨 빅 뉴스였다.

하지만, 프로 복싱이란 스포츠는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서로 강펀치를 주고 받는 경기이다. 이미 수많은 보고서와 논문들은 복싱이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끊임없이 뇌를 공격하는 펀치에 노출되면, 누구라도 장기적으로 커다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은 굳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다.

한 때 우리나라도 복싱 강국으로 이름을 떨친 적이 있었지만, 지난 1982년 고 김득구 선수의 비극적 죽음을 계기로 점차 복싱의 위험성이 알려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이미 복싱이 “가난한 남자의 스포츠”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상황이 나아진 이후에는 직업으로 복싱을 하겠다는 사람도 많이 감소했고, 프로 복싱도 이제 인기 스포츠라고 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복싱은 어느 나라에서나 가난한 젊은이의 처절한 스포츠가 되어가는 듯하다. 중남미와 남 아시아에 있는 가난한 나라의 청년들은 그저 주먹 하나를 믿고 복싱에 인생을 걸고 싸운다. 미국에서도 복싱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난한 흑인들의 스포츠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그러니 이제 가난한 청년들을 너무나 큰 희생을 강요하는 복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선수들의 보호를 위해 최소한 이제라도 연령 제한을 도입해야 한다. 아무리 파퀴아오라도 한동안 복싱을 쉰 다음 44세의 나이에 다시 링에 오른다는 것은 분명히 무리다. 그럼에도 엄청난 돈이 눈앞에 있기 때문에, 선수들도, 프로모터들도 위험성을 알면서도 그 유혹을 이기기는 어렵다. 그러니 이제는 부득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사회가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이제는 권투 선수들도 정년이 필요하다 는데 인식을 같이 해야 한다. 

에롤 스펜서 선수와의 시합은 스펜서 선수의 부상으로 취소되었다. 하지만 파퀴아오는 성급히 대신할 선수를 구했는지 22일 (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요르데니스 우가스(35·쿠바) 선수와 세계복싱협회(WBA) 슈퍼웰터급 타이틀전을 벌인다. 복싱 팬들은 이번 경기에 열광하기에 앞서, 복싱의 영웅이던 무하마드 알리씨도  말년에 파킨슨씨 병으로 고생한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무하마드 알리 선수
무하마드 알리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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