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번씨 미안해요 이젠 시대가 바뀌었네요

설리번씨 미안해요 이젠 시대가 바뀌었네요
설리번씨 미안해요 이젠 시대가 바뀌었네요 (설리번이 설계한 프루덴셜 빌딩)

19세기와 20세기초 세계를 주름잡던 시카고 건축파의 거장 루이스 설리번은 1856년 9월 3일에 태어났다. 그는 천재였고 최선을 다해 자기의 삶을 살았지만, 그가 살던 시대와 지금은 너무나 다르다. 그가 다시 살아 온다면 아마 지금의 세상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설리번씨 미안해요 이젠 시대가 바뀌었네요” 

설리번이 평생 추구하던 것은 모더니즘의 철학이다. 19세기 이후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류는 이성 (reason)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게 되었다. 지식인들은 한 손에는 진화론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수학을 들고 논리와 이성을 신처럼 섬기게 되었다.

이 때는 뭐든지 과학적으로 하면 된다는 신념이 있었다. 테일러는 “과학적  관리론”을 주장했고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가장 좋은 차를 가장 싸게 팔면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포드 자동차를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로 키웠다. 건축에서도 루이스 설리번은 “양식은 기능을 따른다”는 유명한 말로, 가장 미국적인 고층 빌딩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러한 새로운 탐험가와 개척가들은 미국인들이었다. 어느 면에서나 유럽보다 뒤처진 미국이 단시간에 유럽을 따라잡은 것은 이런 실용적이고 이성적인 미국식 관념, 즉 모더니즘이 중심 철학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부터이다. 

낡고 고루한 유럽은  모더니즘의 물결에 저항했지만, 제일차 대전에서 패전해서 이미 사회 체제가 무너진 독일은 기성 귀족들의 저항이 가장 적었다. 그래서 보통 때같으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히틀러라는 촌뜨기 외국인이 총통이 되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보면 히틀러는 모더니즘의 상징이었다. 그는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사회를 꿈꾸었다. 그가 초기에 유럽에서 보다 미국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헨리 포드, 월트 디즈니, 린드버그 와 같은 미국의 저명한 사회적 명사들이 앞다투어 히틀러를 찬양했다. 그 것은 히틀러와 이 들 미국인들이 같은 철학, 즉 모더니즘을 열렬히 지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이성은 그리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것이 금방 드러났다. 어디에서나 과학과 이성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었다. 포드 자동차는 제네럴모터스에 밀려 2위로 전락했고, 한 때 세계 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던 루이스 설리번의 사업도 몰락했다. 모더니스트들의 화려한 성공과 곧 뒤이은 몰락은 인간 세상이 얼마나 알 수 없는 곳인지를 잘 보여준다.

아마 루이스 설리번은 죽을 때까지, 왜 자기의 작품이 팔리지 않는지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저 이렇게 말했겠지. “설리번씨 미안해요 이젠 시대가 바뀌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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