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사회 아시아 사회 윤미향 재판으로 본 사법 체계의 민낯

윤미향 재판으로 본 사법 체계의 민낯

윤미향 재판
지강헌 사건

지난 2024년 1월 20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의원 윤미향 씨가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윤미향 의원 2심 판결, 사회운동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몰이해”)

이 날 항소심에서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업무상 횡령 및 기부금품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윤 의원에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2023노719). 이 판결은 너무 관대하는 점에서 지극히 잘못된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나마 터무니없는 판결을 한 1심보다는 나은 편이다. 윤미향 씨는 1심에서 불과 1,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검찰은 윤 의원이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 시절부터 개인 계좌 5개를 통해 3억 3000여만 원을 모금해 5755만 원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정대협 계좌 등 직원 계좌에서 4280만 원 상당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는 등 총 1억 35만 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 (부장판사 문병찬)는 윤 씨가 비록 1억여 원을 비정상적으로 인출한 것은 맞지만 이 중 1,718만 원만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윤미향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마침내 2024년 11월에 내려졌다. 대법원은 정대협 기부금 8000만원을 횡령한 혐의, 여성가족부 보조금 6520만원을 불법 수령한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했다. 우리 나라 사법 체계의 놀랄만큼 빠른 (?) 재판 진행 덕에 윤미향씨는 재판을 받으면서 국회의원 임기 4년을 꽉 채웠다. 보통 횡령 사건의 유죄 여부가 확정되는 데 5년씩 걸리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 나라는 사기꾼들의 천국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만약 윤미향 씨에게만 재판이 질질 끌러진 것이라면 이렇게 된 데에는 법원의 책임이 클 것이다.  

하긴 아들이 50억 원을 받은 곽상도 씨도 무죄를 받는 판에, 그깟 1억 원 정도 횡령 의혹이 이 나라 법원에게 무슨 문제가 될까? 반면에 국회의원이 아닌 보통 사람들에게 횡령은 큰 죄이다. 작년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며 아이스크림 하나로 시작해 약 1천만 원 가량의 금액을 횡령한 20대 남성이 업무상 횡령죄로 기소되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업무상횡령, 사소한 액수도 넘어갈 수 없어… 금액 커지면 처벌도 무거워진다)

윤미향 사건의 1심 판결을 보니 보통의 일반인들은 소액을 횡령해도 징역형을 받는데, 국회의원은 1,718만 원 정도는 횡령해도 벌금형 판결을  모양이다. 아니면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도 금액은 횡령해서 걸려도 최악의 경우 벌금만 내면 되는 것일까? 윤미향 사건 판결은 이 나라의 힘있는 자들에게 횡령이나 사기는 별로 중요한 범죄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일깨워 주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최근 선고가 난 조국, 곽상도, 윤미향 사건의 판결에는 일정한 원칙이 있다. 힘이 있는 그들은 좀처럼 감옥에 가지 않는다. 아마 이 나라에서는 헌법이나 법률 위에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유명한 사람은 끄떡없다는 이른바 대마불사의 대헌법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 식으로 판결하는 것이 권력층 자기들끼리만 아는 불문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과연 누가 사법부의 판결을 인정할 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보통 수사를 엉터리로 한다고 경찰이나 검찰을 비난하지만, 이런 판결을 보니 그동안 엄청난 시간과 인력을 들여 이런 사건들을 파헤치고 수사한 검찰이나 경찰들에게 오히려 미안할 정도이다. 도대체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하려면 법원은 없어지는 편이 나라에 도움이 될 것 이다.

1988년 탈옥수 지강헌은 인질극을 벌이는 동안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울부짖으며 총을 맞고 죽었다. 그로부터 30년이 넘게 지나도 이 나라 사법제도는 여전히 권력있는 자들의 놀이터처럼 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으니, 참 한심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탈옥범 지강헌의 고발, 30년 지나도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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