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를 말해주는 영화 “다이하드”

80년대를 말해주는 영화
80년대를 말해주는 영화 "다이하드"

1988년 7월 15일 영화 “다이하드 (Die Hard)”가 개봉했다. 그 때만 해도 해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 브루스 윌리스 (Bruce Willis) 씨가 주연한 이 영화는 뜻밖에 대박을 터트렸고, 그 이후 “다이하드”의 후속 편들이 지금까지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1988년에 개봉한 “다이하드 1편”은 뉴욕 시의 경찰관인 존 맥클레인 (브루스 윌리스)이 크리스마스 연휴에 로스앤젤레스 시에서 지내는 동안, 도심지 고층 빌딩을 점거한 독일의 테러리스트들과 혼자서 대결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흥행 면에서 역사에 남을 이 영화는 다른 면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우선 영화 스토리의 주된 장소는 일본 기업이 로스앤젤레스의 다운 타운에 가지고 있는 “나카토미 빌딩”이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영화 “백투더퓨처” 2편에서 보듯, 1980년대 미국 영화들은 곧 일본이 미국을 집어 삼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L.A. 스카이 라인에 솟아있던  아카토미 빌딩의 위용은 강하고 부유했던 80년대 일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악당들은 독일의 극좌파 그룹으로 빌딩의 금고에 있던 거액의 채권을 노리고 잠입했다. 1970년대까지 할리우드 영화에서 인기있는 악당들은 주로 소련 공산주의자들이었다. 나중에 1990년대가 되면 소련이 이미 무너졌으므로, 그 빈 자리를 남미의 마약상이나 갱들이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그 중간 시기인 1980년대 후반에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나올 적절한 악당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쯤 소련은 이미 쇠락해서 무서운 악당이 되기 어렵고, 중남미 갱들은 아직 피라미 수준이었다. 그러니 고심하던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독일의 테러리스트들을 악당으로 상정한 모양이다. 하지만 독일 테러리스트의 활약은 모두 1970년대 이야기라 별로 설득력이 없었던 지, 이 영화 이후 독일인들은 악당 역할에서 사라진다.

영화에서 슈퍼 히로였던 브루스 윌리스 씨도 나이가 들어 이제는 알츠하이머 병으로 인해 영화계에서 은퇴했고, 악당 두목으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앨란 릭먼 (Alan Rickman)씨도 2016년에 세상을 떠났다. 슈퍼 히로도 천하의 악당도 모두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는 모양이다.

 

About Author

Previous article조선을 구한 전투 – 한산도 대첩
Next article어처구니없는 희생의 책임자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