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읽기: 촌스러운 농촌의 현실 – 그랜트 우드 “아메리칸 고딕”

Grant Wood
Grant Wood "American Gothic" (1930)

미국 중서부의 중심 도시 시카고 (Chicago)는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라 볼 것도 많지만 그 중에서도  시카고 미술관 (Art Institute of Chicago)이 유명하다. 여기에는 굉장한 작품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세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반드시 들어가는 것이 “아메리칸 고딕 (American Gothic)“이다. 1930년에 그랜트 우드 (Grant Wood)가 이 작품을 처음 발표했을 때, 그의 고향 아이오와(Iowa) 사람들은 이 작품이 중서부 사람들을 조롱했다고 생각하여 분노했다.

만일 여러분이 아이오와가 미국 어디쯤 있는지 안다면, 여러분은 보통 미국 사람들보다 아이오와를 더 잘 아는 것이다. 사실 동부의 뉴욕이나 서부의 LA의 보통 사람들은 사실 “아이오와(Iowa)” 와 “아이다호(Idaho)” 와 “오하이오(Ohio)”를 잘 구분할 줄 모른다. 동부 사람들에게 이 들 세 지역은 그저 “촌놈 (redneck)들이 사는 멀리 있는 시골”일 뿐이다.

이 그림 속 사람들을 보면 뭔가 고집불통의 시골 부부, 그러니까 “촌스럽고 무뚝뚝하고 기독교에 미친 (pinched, grim-faced, puritanical Bible-thumpers)” 사람들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랜트 우드는 이런 평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이 그림이 미국을 지탱하는 중서부 지역의 자부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뭐, 어쩌면 그랜트 우드가 자기 고향인 아이오와를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오와는 미국에서도 유명할 정도로 숨 막힐 정도로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곳이다. 반면에 그랜트 우드는 자유분방한 성격에 평생 유럽을 들락날락하며 살았다. 게다가 그는 동성애자이지만 보수적인 동네의 눈치를 보느라 평생 커밍아웃을 하지도 못한 채 아이오와에서 숨죽이며 살았다. 그러다 동성애자라는 주위의 수군거림에 도저히 견딜 수 없었는지 말 년에는 짧은 기간이나마 위장 결혼까지 했다. 그런 그랜트 우드는 아마 아이오와에 대해 그다지 큰 자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랜트 ​그림 속 사람들은 예쁘지도, 멋있지도 않다. 처음에 그림을 살 때 시카고 미술관은 이 그림이 코믹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카고에서 이 그림을 보았을 때, 나는 갑자기 우리나라의 부모 세대 그리고 조부모들이 생각났다. 전쟁과 가난을 경험한 세대라서 그런지 그분들의 표정은 자주 무뚝뚝하고 어쩐지 늘 화가 나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마치 그림 속 시골 농부와 그 딸처럼 (놀랍게도 그 들은 부부 사이가 아니다!). 우리 위 세대들은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 힘들게 살아왔겠지. 쌀 한 줌이라도 아끼고 물 한 바가지도 아끼며 겨우 겨우 살아 온 분들에게 웃음이나 여유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랜트 우드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 시카고의 미술관에서 뜸금없이 한국의 위 세대 모습을 발견한 것이 신기했다. 혹시 그래서 우리에게 이 그림이 더 친근해 보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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